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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토리오 십자가상의 칠언 해설(서곡과 첫째말씀)

교회음악/김명엽의 찬송교실

by -성악가-로텐 2020. 3. 12.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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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상의 칠언 

(T. Dubois 작곡)



‘서곡’


  드보아(Théodore Francois Clement Dubois, 1837-1924)의 오라토리오 

‘십자가상의 칠언’(Les sept paroles du Christ)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날인 성금요일 연주를 위한 교회음악작품입니다. 

드보아는 프랑스 로즈네(Rosnay, Marne) 태생의 작곡가, 이론가이며 오르가니스트입니다. 


랭스(Reims)대성당의 합창장인 Louis Fanart에게서 처음 교회음악을 배우고, 

파리 국립음악원(Paris Conservatoire)에서 토마(Ambroise Thomas)에게 사사했습니다. 

24세 때 로마 대상(Prix de Rome)을 받고 이탈리아에 유학하였으며, 

파리로 돌아와 마들렌(Madeleine) 대성당의 합창장이 되었습니다. 

한편 모교인 파리음악원 교수가 되어 화성학과 작곡을 가르쳤으며, 

스승인 토마에 뒤를 이어 음악원 원장을 지냈습니다. 

세자르 프랑크(César Franck)도 섬긴 바 있는 

생 클로틸드 대성당(Basilica of Sainte-Clotilde)에서 합창장을 지냈고, 

후에 생상(Saint-Saëns)의 후임으로 마들렌 성당의 오르가니트로 활약하였습니다. 


  드보아는 19C 후기 대표적인 프랑스 고전주의 악파 작곡가입니다. 

작품으로는 오라토리오 ‘십자가상의 일곱 말씀’이 가장 유명하고, 

토카타 G장조를 비롯한 오르간 작품, 3개의 교향곡, 관현악곡, 실내악곡, 발레 등 다양합니다. 

그의 교회음악 작품 외의 작품들은 거의 잊혔으나,

 그가 저술한 ‘화성법 개론’(Traité d’ harmonie), 

‘대위법과 푸가 개론’(Traité de contrepoint et de fugue) 같은 이론서들은 

오늘날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십자가상의 칠언’은 생 클로틸드 대성당에 온 4년째 되는 1867년 성금요일을 위해 작곡했습니다.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독창자와 합창, 관현악으로 구성된 오라토리오는 

서곡을 포함하여 모두 8곡으로 되어 있습니다. 


  소프라노 독창인 서곡은 

가톨릭교회에서 고난주간 예배의 일부로 부르는 응창(responsory)인 

‘모든 사람들이여’(O vos omnes)입니다. 

텍스트는 불가타(Vugata) 성경 본문인 라틴어로 되어있습니다. 


예레미아 애가 1장 12절로서 16C부터 

성토요일을 위한 테네브레(Tenebrae Responsories)에서 불립니다. 

모테트로 작곡된 빅토리아(Tomás Luis de Victoria), 

제수알도(Carlo Gesualdo), 카잘스(Pablo Casals)의 작품이 유명하지요.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여 너희에게는 관계가 없는가. 

나의 고통과 같은 고통이 있는가. 

볼지어다. 

여호와께서 그의 진노하신 날에 나를 괴롭게 하신 것이로다.”(애1;12)


  이 곡은 아들을 잃은 성모 마리아의 비통한 마음을 전통적인 텍스트인 

애가 1장에다가 홀로된 룻의 시어머니 나오미의 절규를 뒤에 덧붙였습니다.  

  

“나오미가 그들에게 이르되 나를 나오미라 부르지 말고 나를 마라라 부르라.

 이는 전능자가 나를 심히 괴롭게 하셨음이니라.”(룻1;20) 

 

  텍스트를 읊어볼까요?  


“인생길을 걸어가는 이들이여. 

내 말 들으라. 

나를 보라. 

내 겪은 슬픔 세상에 또 어디 있는가? 

만군의 주, 

우리 주 전능의 주께서 나와 내 백성을 심하게 다루셨다.

 나오미라 날 부르지 마라. 

마라라고 날 불러다오.”  



‘첫째 말씀’


  드보아의 ‘십자가상의 칠언’은 19C 후반과 20C 초반의 화려한 시대 스타일로 쓴 작품입니다. 

그는 이 작품을 오케스트라와 합창, 솔로이스트를 위해 작곡 했습니다. 

원래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롬본 3, 현악4부, 오르간, 타악기로 된 큰 편성이었으나 

후에 오르간, 하프, 팀파니, 더블베이스의 작은 편성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작은 편성 버전이 자주 연주됩니다. 


  ‘십자가상의 칠언’ 제2곡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첫째 말씀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뭘 하는지 모릅니다.”(Pater, Dimitte Illis)입니다. 


“해골이라 하는 곳에 이르러 거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두 행악자도 그렇게 하니 

하나는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있더라.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시더라.”(눅23;33-34)


  극음악은 보통 명확한 캐릭터로 분명하게 배역을 배분하지만 

드보아는 전형적으로 텍스트를 자유롭게 처리했습니다. 

예수 배역은 어떤 땐 테너 솔로, 어떤 땐 바리톤 솔로, 어떤 땐 합창입니다.

 제2곡의 내레이터는 테너솔로, 예수는 바리톤 솔로입니다. 

물론 군중은 합창이지요. 

이런 종류의 극적인 합창을 ‘군중 합창’(Turba Choruses)이라고 합니다. 

‘투르바’란 라틴어로 군집(群集)이란 뜻으로 복수형은 ‘투르배’(Trubae)입니다. 

수난곡, 오라토리오에 있어서 유대인이나 이교도들이 노래하는 부분을 말합니다.

 한 마디 한 마디 예수님 말씀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 

누가복음 23장에 나타난 빌라도 법정에서의 투르배와 

골고다 십자가 형틀 장면을 오버랩하는 틀을 짜 매우 드라마틱한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무리가 일제히 소리 질러 이르되 이 사람을 없이하고 바라바를 우리에게 놓아 주소서 하니 

이 바라바는 성중에서 일어난 민란과 살인으로 말미암아 옥에 갇힌 자러라. 

빌라도는 예수를 놓고자 하여 다시 그들에게 말하되 

그들은 소리 질러 이르되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하는지라. 

빌라도가 세 번째 말하되 이 사람이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나는 그에게서 죽일 죄를 찾지 못하였나니 때려서 놓으리라 하니 

그들이 큰 소리로 재촉하여 십자가에 못 박기를 구하니 

그들의 소리가 이긴지라. 

이에 빌라도가 그들이 구하는 대로 하기를 언도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자 곧 민란과 살인으로 말미암아 옥에 갇힌 자를 놓아 주고 예수는 넘겨주어 

그들의 뜻대로 하게 하니라”(눅23;18-25)


  가사를 읊어볼까요.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뭘 하는지 모릅니다.’ 

저들은 외쳤다.

 ‘그를 죽이소서. 범죄 한 그들. 그를 십자가에 달으소서. 

그의 피를 우리 위에 돌리소서. 우리 자손에게도 돌리소서.’ 

저들은 두 강도와 주를 못 박았다. 

하나는 그 오른 편에 다른 하나는 왼 편에”  


  예수님의 말씀은 처음엔 4분음(♩) 하프 반주, 중간엔 군중소리에 묻혀 8분음(♫) 반주, 

마지막엔 16분음(♬) 반주하프, 이렇게 세 번씩이나 간구하십니다. 

다름 아닌 나를 위하여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뭘 하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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